저녁을 먹고나서 아내가 설거지가 하기 싫다고 합니다. 하루 종일 학교에서 아이들과 업무에 시달리다보니 많이 피곤했나봅니다. 그래서 제가 설거지를 하기 시작했지요. 하지만 아내는 그냥 편히 쉬는 게 아니라 딸아이(18개월 된) 양치질을 시킵니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그렇듯 우리 딸도 양치질을 싫어합니다. 특히나 엄마가 해주는 양치질을 더 싫어합니다. 저는 조금 설렁 설렁하는 편이지만, 아내는 아이가 울더라도 꼼꼼하게 해주는 편이지요. 설거지를 하고 있는데, 이내 아이의 울음소리가 들립니다. 하지만 아내는 하던 일을 계속합니다. 아이는 계속 울지요.
"잘 달래 가면서 해"
제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 말이 아내를 화나게 했나봅니다. 뭐, 제가 한번 이야기한게 아니라 두어번을 더 이야기 했으니 어쩌면 화가 날만도 합니다. 아내 자신도 아이를 울리는게 즐거울리 없으니까요. 하지만 좀 더 아이를 구슬려가면서, 시간이 걸리더라도, 많이 울지는 않게 할 수 도 있지 않을까 하는게 제 생각이었답니다.
아내는 화가나서 자신이 설거지를 하겠다며, 저를 밀쳐냅니다. 아이나 달래주고 놀아주랍니다. 제가 설거지를 마저 하겠다고 해도 막무가내입니다. 에공. 어쩝니까.. 제가 물러나야죠..
아이를 달래고 목욕을 시켰습니다. 기분이 안좋아서였는지 딸아이가 목욕하는 내내 울더군요. 그래서 대충 씻기고 안아서 재웠지요. 노래를 불러주니 금방 잠이 듭니다. 아이를 안고 재우는 사이, 아내는 빨래를 널고 있습니다. 화가 나도 단단히 난 모양입니다.
아이를 자리에 눕히기 위해 이불을 펴달라고 했는데, 이불 펴는 아내의 손길은 냉랭함 자체였습니다. 그것을 보는 저는 속으로 '자꾸 그렇게 해봐라...'를 연발했지요. 아이를 눕히고 나서는 운동할 겸 밖으로 나왔습니다. 집근처를 뛰기 시작했습니다. 10여분을 뛰었더니 숨이 차더군요. 생각같아서는 동네를 크게 한바퀴 돌까했는데 그냥 집으로 들어왔습니다. 내일 놀이방에 보낼 우유를 사들고서요.
하지만 아내는 본체만체 입니다. 속으로 화가 났지만, 내뱉어봐야 뭐 이득될게 있을까요. 그냥 둡니다. 서재로 들어와 컴퓨터를 켜고 블로그나 뒤적여봅니다. 하지만 별 재미가 없네요. 맘이 편해야 글도 재밌게 보는데...
그러다 다음 글을 봅니다.
"행복한 관계를 위한 마법의 비율 5:1"
글을 보고 생각해봅니다. 아내을 위해 오늘 몇번의 긍정적인 말을 해주었는지.. 채근하듯히 세번이나 말했으니 위의 글에 따르면 적어도 15번은 칭찬이며 위로를 해주었어야 했는데 말입니다.
이글을 쓰고 있는 지금, 아내는 아이 곁에서 곤히 자고 있습니다. 많이 미안한 생각이 듭니다. 내일은 제가 먼저 미안하다고 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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