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출근을 해서 자리에 앉아서 컴퓨터를 켜고, 몇가지 이메일을 확인한 후 커피를 마시는데 손에서 이상하게 냄새가 나는 것이었습니다. 음식 냄새 같은데 뭔지를 잘 모르겠더군요. 아침을 먹은 것도 아닌데 왠 냄새? 이러면서 그냥 일을 했는데..
좀전에 블로그에 글을 써놓고 그 글을 다시 읽으면서 두 손을 모아 팔꿈치는 책상에 대고 손은 입과 코 있는쪽에 대고 있었습니다.(상상이 되시죠?) 그런데 갑자기 코를 자극하는 냄새. 아까 쓴 글이 어제 있었던 일에 대한 것이라 어제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바로 "파" 냄새였습니다.
어제 저녁 메뉴가 "곰탕"이었다는 것을 글에서 밝혔었는데, 저녁 식사를 하기 전에 파 한단을 송송 썰어서 봉지에 담아 놓았습니다. 아내와 제가 둘다 직장에 다니다보면 채소등의 신선 재료를 제대로 관리하기가 어려워 파나 마늘등은 미리 썰고 다져서 냉동실로 보내곤 합니다. 그저께 아내가 유기농 파를 사왔는데, 어제 곰탕을 먹기 위해 파를 꺼낸 김에 남은 것을 모두 정리하고자 했습니다. 파를 깨끗이 씻고 흙있는 부분을 다 다듬고는 아내가 저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파 좀 썰어줘"
"눈이 매워서 난 못하잖아"
^^; 평소에는 애교도 없으면서 이럴 때는 한강물 저리가랍니다. 뭐 어쩌겠습니까? 사랑하는 아내의 부탁이니... 그리고 저는 요리를 좋아합니다. 파 써는 것도 요리의 일부니까요 ^^
그래서 열심히 썰기 시작했습니다. 송송송.. 파의 뿌리쪽 흰부분은 따로 모아놓고 파란 부분만 먼저 썰었죠. 이내 1회용 위생 비닐 봉투 몇개에 잘게 썰어진 파가 가득 차더군요. 그동안 바쁘다는 핑계로 칼 잡을 일이 별로 없었는데, 간만에 잡아본 칼과 도마는 참 재밌었습니다. 그러지 않아도 어제 문성실님의 "오징어채 무침" 글을 보고 시간 내서 한번 해야지 하고 있었는데 말이죠...
그렇게 한참 파를 썰다보니 눈에서 눈물이 났지만, 마음만은 정말 즐거웠습니다. 고마워하는 아내를 보니 더 기쁘구요. 어제의 곰탕은 채은이도 너무 잘 먹더군요. 하여간 즐겁게 저녁시간을 보냈는데, 그 추억을 다시 한번 떠올려 보라는 것인지 손에서는 파냄새가 솔솔 풍기네요. 오늘 하루, 손에서 파냄새가 좀 나긴 하겠지만, 그래도 즐거울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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